변호사 칼럼 · 2026. 10. 29.

잠든 아내에게 끓는 물, 합의로 형량은 줄었지만 혼인은 어떻게 정리되나

아내에게 끓는 물을 부은 남편의 항소심 감형 사건으로 폭력과 재판상 이혼 사유, 형사 합의서의 범위, 피해자보호명령을 짚었다.

잠든 아내의 얼굴과 목에 커피포트로 끓인 물을 부어 2도 화상을 입힌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특수상해 혐의였다. 1심은 검사의 구형보다 6개월 무거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남편이 1500만 원을 지급하는 등의 조건으로 합의했고 아내가 선처를 원한다는 점을 들어 형을 6개월 줄였다.

남편은 아내가 다른 남성을 만날 수 있다고 의심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부정행위 의심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범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는 30대 태국인 아내였고, 치료하던 병원이 상해 경위를 의심해 신고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형사재판은 마무리되어 가지만 부부 관계는 그대로 남는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혼인을 정리하려 할 때 법은 무엇을 보장하는가.

1. 이런 폭력은 그 자체로 이혼 사유다

가. 민법 제840조 제3호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원인의 하나로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든다(제3호). 대법원은 그 기준을 이렇게 설명한다.

대법원 1986. 6. 24. 선고 85므6 판결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참으로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은 경우를 말하고, 가정불화 중 격한 감정에서 오간 비교적 경미한 폭행이나 모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부부싸움 중 오간 몇 번의 몸싸움은 이 기준을 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잠든 배우자의 얼굴에 끓는 물을 붓는 행위는 경미한 다툼과 비교할 수 없다. 형사판결로 사실관계가 확정돼 있다면 이혼 소송에서 폭력을 따로 증명하는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실무에서는 한 번의 폭력이라도 그 정도가 무겁다면 이혼 사유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범행 방법이 위험했는지, 상처가 얼마나 깊고 오래가는지, 피해자가 방어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가 함께 고려된다. 화상처럼 흉터가 남는 상해는 위자료를 정할 때도 무겁게 평가된다. 반대로 사소한 다툼이 쌓인 경우라면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함께 주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 의심은 폭력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가해자가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했다고 주장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의심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가해자의 책임은 더 분명해지고, 설령 사실이더라도 폭력으로 대응한 쪽이 혼인 파탄에 큰 책임을 진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2. 형사 합의와 이혼은 별개다

가. 합의서의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는 1500만 원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합의했다. 형사 합의금은 보통 상해에 대한 손해배상의 성격을 갖는다. 합의서에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으면 나중에 위자료를 청구할 때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이혼에 따른 위자료와 재산분할까지 포기하는 뜻인지, 상해에 대한 배상만 정리한 것인지 문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 처벌불원이 혼인 유지 의사는 아니다

피해자가 선처를 원했다고 해서 혼인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는 없다. 경제적 사정, 체류 문제,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합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뒤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고, 폭력은 위자료를 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된다.

합의 직후 같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가해자가 수감 중일 때 합의 문구를 정리하고, 출소 뒤의 거처와 연락 방법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합의 과정에서 가해자 측이 이혼 포기나 재결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면 그 조건은 따로 떼어 검토해야 한다.

3. 피해자가 먼저 챙겨야 할 것

가. 신변 보호

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2는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 주거에서의 퇴거 등 격리, 주거·직장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친권 행사 제한, 면접교섭 제한을 명할 수 있고 이를 함께 명할 수도 있다. 가해자가 출소하는 시점에 맞춰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법원 출석이나 자녀 면접교섭 때 신변이 걱정된다면 신변안전조치도 함께 요청할 수 있다.

나. 외국인 배우자라면

결혼이민자는 체류 자격이 혼인과 이어져 있어 이혼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체류 문제는 출입국 당국에 따로 확인해야 하지만, 배우자의 폭력으로 혼인이 깨졌다는 사정은 그 판단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형사판결문, 진단서, 이혼 판결의 책임 판단을 하나도 버리지 말고 보관해야 한다.

다. 증거와 절차

진단서, 화상 치료 기록, 병원의 신고 경위, 형사판결문은 이혼과 위자료 소송의 핵심 자료다. 이혼 소송과 함께 재산 처분을 막는 가압류·가처분을 검토하고, 자녀가 있다면 친권·양육권과 양육비를 함께 청구한다.

4. 맺으며

이번 판결에서 형량을 줄인 것은 합의와 처벌불원이었다. 그러나 형사절차의 합의가 피해자의 삶을 정리해 주지는 않는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형사 합의 이후에도 보호명령과 이혼 절차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상담 단계부터 그 길을 함께 안내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9.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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