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 출산을 앞둔 며느리에게 시부모가 산후조리원을 취소하고 집에서 첫째까지 돌보라고 요구했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작성자는 첫째 때 시댁이 "아이를 몇 명 낳아도 산후조리원비는 우리가 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메시지가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가 다쳐 남편이 출산휴가를 내고 첫째를 보기로 하자, 시댁은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해 조리원을 취소했는지 물었다고 한다. 결국 "조리원을 취소하면 같은 금액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나왔다.
댓글은 대부분 며느리 편이었지만, 법률 상담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연에는 두 가지 질문이 숨어 있다. 시부모가 메시지로 한 돈 약속은 지켜야 하는 약속인가. 그리고 시댁의 이런 간섭이 쌓이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가.
1. 메시지로 남은 시댁의 돈 약속
가. 서면이 아닌 증여는 해제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 부부에게 돈을 주겠다고 한 약속은 법적으로 증여 약속이다.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가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한다. 말로만 한 약속은 아직 돈이 건네지기 전이라면 언제든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한 약속으로 재산을 잃지 않도록 신중하게 하려는 취지다.
나. 메신저 메시지는 서면일까
그렇다면 메신저에 남은 "산후조리원비는 우리가 주겠다"는 문장은 서면일까. 이 부분은 아직 법원의 판단이 일정하게 정리된 영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증여의 의사가 문서로 분명히 드러났는지, 누가 언제 보낸 것인지 확인되는지, 금액과 대상이 특정됐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부모를 상대로 산후조리원비를 청구하는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 메시지가 의미를 갖는 것은 오히려 나중에 부부 관계가 무너졌을 때, 시댁이 어떤 태도로 부부의 일에 개입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으로서다.
2. 시댁의 간섭은 언제 이혼 사유가 되나
가. 민법이 정한 '직계존속의 부당한 대우'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여섯 가지로 정한다. 그중 제3호가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다. 시부모의 대우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법이 명시하고 있다.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도 함께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
나. 법원이 말하는 '심히 부당한 대우'의 문턱
다만 문턱은 높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므180 판결민법 제840조 제3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을 받은 경우를 말하고, 제6호의 사유는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를 말한다.
산후조리원을 취소하라는 압박 한 번으로 이 기준을 넘기는 어렵다. 그러나 출산 직후 산모의 건강을 무시하는 요구가 반복되고, 거절했다는 이유로 모욕이나 경제적 압박이 이어지며, 배우자가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부모 편에 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무에서 시댁 갈등이 이혼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 법원이 눈여겨보는 것은 시부모의 언행 자체보다 배우자가 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다.
3. 갈등이 깊어지기 전에 할 일
가. 기록은 감정이 아니라 사실로 남긴다
시댁과의 갈등이 반복된다면 날짜, 상대방, 들은 말과 요구 내용을 간단히 적어 두는 것이 좋다. 메신저 메시지와 통화 기록은 그대로 보관하되, 상대방 몰래 남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열어보는 방법은 위법 수집 증거나 별도의 형사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남기는 것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몰래 듣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다.
나. 배우자와 먼저 선을 정한다
출산과 산후조리는 부부가 결정할 일이다. 시댁의 요구가 있을 때 배우자가 부모에게 그 결정을 분명히 전하도록 하고, 그 대화도 기록으로 남겨 두면 좋다. 이 사연에서 남편이 출산휴가를 내고 직접 첫째를 돌보기로 한 결정은 오히려 바람직한 모습이다. 부부가 같은 입장이라면 시댁 갈등은 대부분 이혼 사유로까지 번지지 않는다.
다. 이혼을 고민하게 됐다면
갈등이 이미 깊어 별거나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먼저 가정법원의 조정 절차를 통해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재판상 이혼에서는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과 양육권, 양육비가 함께 다투어진다. 출산 직후라면 아이의 양육 환경과 주 양육자가 누구였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므로, 육아를 실제로 누가 담당했는지 보여 주는 자료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4. 맺으며
결혼은 두 사람이 하지만 갈등은 두 집안 사이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법은 시부모의 부당한 대우를 이혼 사유로 인정하면서도 그 기준을 높게 잡아, 가족 간의 다툼이 곧바로 혼인 파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결국 부부의 대화다. 출산이라는 큰일 앞에서 누구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하는지, 배우자가 먼저 답을 정해 주길 바란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6.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글 신동우 대표변호사 · 2026.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