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병간호부터 장례비 750만 원까지 혼자 책임진 아들이 장례가 끝난 뒤 작은아버지에게서 계좌번호를 받았다. 종중에서 들어온 부의금과 작은아버지 지인들이 낸 부의금을 모두 보내라는 요구였다. 뉴스1이 전한 직장인 커뮤니티 사연이다. 작성자는 결국 작은아버지 지인 여섯 명이 낸 35만 원만 돌려주고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부모가 이혼한 뒤 따로 살았던 아버지, 왕래가 거의 없던 친척, 혼자 치른 장례. 이런 사정은 생각보다 흔하다. 장례가 끝난 뒤 부의금과 장례비를 둘러싼 다툼이 상속 분쟁의 첫 장면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은 부의금을 누구의 돈으로 보는지 정리해 본다.
1. 부의금은 누구의 돈인가
가. 대법원의 기준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2998 판결부의금은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장례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며 유족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증여되는 것으로서, 장례비용에 충당하고 남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한 사람의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따라 권리를 취득한다고 판단했다.
판례의 순서는 분명하다. 부의금은 먼저 장례비용에 쓰고, 남은 돈을 상속인들이 상속분대로 나눈다. 사연의 작성자가 알아본 내용도 이 판례와 같은 취지다.
나. 상주가 아니라 상속인이 기준이다
부의금을 받을 권리는 장례를 주관한 사람이나 조문객을 많이 부른 사람이 아니라 상속인에게 있다. 고인에게 자녀가 있으면 자녀가 1순위 상속인이고, 고인의 형제는 상속인이 되지 않는다. 이혼한 전 배우자도 상속인이 아니다. 사연에서 작은아버지가 종중 부의금을 자기 몫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찾기 어렵다.
다. 친척 지인의 부의금은 예외가 될 수 있다
다만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달리 볼 여지를 남겼다. 조문객이 고인이 아니라 특정 유족과의 관계 때문에 그 사람을 위로하려고 낸 돈이라면 그 사람에게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작은아버지 지인들이 낸 부의금을 작은아버지에게 돌려준 작성자의 판단은 이런 점에서 무리가 없다.
2. 장례비는 누가 부담하나
가. 상속비용은 상속재산에서
민법 제998조의2는 상속에 관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고 정한다. 장례비용도 통상 여기에 포함되는 비용으로 다뤄진다. 고인이 남긴 재산이 있다면 장례비를 먼저 그 재산에서 정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한 사람이 먼저 낸 장례비의 정산
상속인 한 명이 자기 돈으로 장례비를 냈다면 부의금에서 먼저 충당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상속재산이나 다른 상속인의 몫과 정산하는 방식으로 정리하게 된다. 영수증과 계약서가 없으면 정산 단계에서 금액을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쉬우므로 장례식장 정산서, 화장·안치 비용, 답례품 비용 영수증을 모두 보관해야 한다.
어디까지를 장례비로 볼지도 다툼이 된다. 빈소 사용료, 음식값, 화장 비용처럼 장례에 통상 필요한 비용은 쉽게 인정되지만, 지나치게 비싼 묘지나 고인과 무관한 비용까지 다른 상속인에게 나눠 내라고 하기는 어렵다. 장례 규모를 정할 때 다른 상속인과 미리 상의한 기록이 있으면 나중에 정산이 한결 수월하다.
3. 부의금보다 먼저 확인할 것, 상속 채무
가. 3개월이라는 기간
부의금 다툼에 시선이 쏠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따라 상속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단순승인, 한정승인, 상속포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생활비도 보내지 않던 부모라면 재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 재산을 먼저 조사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상속인이 승인이나 포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고 정한다. 금융거래, 부동산, 세금 체납, 보증 채무까지 한꺼번에 확인한 뒤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채무가 더 많은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기간 안에 알지 못했다면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길도 있다.
4. 친척이 부의금을 요구할 때
가. 감정이 아니라 기록으로 정리한다
부의금 장부, 계좌로 받은 조의금 내역, 장례비 지출 내역을 한 장으로 정리해 두면 상대가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설명이 쉬워진다. 누가 누구와의 관계로 낸 돈인지 장부에 드러나 있으면 특별한 사정 여부를 가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나. 상속인끼리의 정산은 따로 남긴다
형제자매 등 다른 상속인이 있다면 부의금 잔액과 장례비 분담을 합의서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나중에 상속재산분할을 할 때 이미 정산한 부분을 두고 다시 다투지 않게 된다. 친척이 계속 금전을 요구하며 연락해 온다면 답변은 짧게, 문자로 남기고,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상속재산을 넘길 의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는 편이 낫다.
5. 맺으며
부의금은 고인을 기리며 유족을 위로하려는 마음이 담긴 돈이다. 판례가 장례비 충당을 먼저 두고 남은 돈을 상속인에게 돌린 것도 그 취지를 살린 것이다. 장례가 끝난 뒤 남은 가족이 해야 할 일은 부의금 다툼보다 고인의 재산과 빚을 차분히 확인하는 것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8.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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