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0. 27.

양육비 한 번 안 준 부모도 상속받을까,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 열 달

2026년 시행된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의 사유·청구 방법·6개월 기간, 유류분 헌법불합치 결정과 이혼 때부터 남길 기록.

사진 Vintage RS, CC0(StockSnap·Openverse)

자녀를 버리고 연락을 끊었던 부모가 자녀가 세상을 떠난 뒤 나타나 보험금과 유산을 요구하는 일은 그동안 법으로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민법이 정한 상속결격 사유는 살인이나 유언 위조처럼 좁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린 민법 개정으로 2026년 1월 1일부터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가 시행됐고, 올해 3월 개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제도가 생긴 지 열 달이 지났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여전히 "양육비 한 번 안 준 부모도 상속받느냐",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많다. 이혼 뒤 연락이 끊긴 부모와 자녀, 그 사이에서 상속이 문제될 때 알아야 할 내용을 현행 조문 중심으로 정리한다.

1. 상속권 상실 선고란 무엇인가

민법 제1004조의2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가정법원이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다. 선고가 확정되면 그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 상속권을 잃는다.

상속결격은 사유가 있으면 법률상 당연히 상속권이 없어지지만, 상속권 상실은 누군가 청구하고 법원이 판단해야 효력이 생긴다는 점이 다르다. 대상은 부모만이 아니다. 조문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라고만 정하고 있어 부모를 돌보지 않은 자녀, 배우자를 학대한 배우자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된다. 다만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 그 사람에게서 권리를 취득한 제3자의 권리는 해치지 못한다.

2. 누가, 어떤 방법으로 청구하나

가. 피상속인이 생전에 정해 둔 경우

피상속인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한다. 상속권 상실 대상이 될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될 수 없다. 사이가 끊긴 부모나 자녀가 있다면 생전에 이 방법을 쓰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나. 유언이 없는 경우

유언이 없었다면 공동상속인이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청구할 수 있다. 청구할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두에게 사유가 있다면, 상속권 상실이 확정되면 상속인이 될 사람이 청구할 수 있다. 6개월은 짧다. 장례를 치르고 정리하다 보면 금세 지나가므로 상속이 시작되면 바로 검토해야 한다.

다. 법원이 고려하는 사정

가정법원은 청구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등을 종합해 인용 여부를 정한다. 사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상실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청구가 들어오면 법원은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는 등 재산 보존에 필요한 처분도 할 수 있다.

3. 유류분 문제와 함께 봐야 하는 이유

이 제도의 배경에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다.

헌법재판소 2024. 4. 25. 2020헌가4 등 결정

패륜적인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상실사유를 따로 두지 않은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에 헌법불합치를,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정한 같은 조 제4호에는 위헌을 선언했다.

상속권을 잃은 사람은 유류분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부모를 돌보지 않은 자녀가 재산을 증여받은 다른 형제를 상대로 유류분을 청구하는 사건에서도 상속권 상실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상속권 상실 규정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로서 시행 전에 사유가 된 행위가 있었던 경우에도 적용된다.

4. 실무에서 짚어야 할 것

가. 부양의무 위반은 기록으로 증명한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점은 주장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혼 뒤 양육비를 내지 않은 기간과 금액, 양육비 이행 관련 결정문이나 판결문, 연락이 끊긴 기간, 자녀가 아플 때 외면한 사정을 보여 줄 자료가 필요하다. 이혼 당시의 조정조서나 판결문은 그 자체로 중요한 출발점이다.

나. 이혼 과정에서 미리 남겨 둘 것

이혼 당사자라면 양육비 약정과 지급 내역, 면접교섭 경과를 꾸준히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지금은 양육비와 면접교섭 문제로 보이지만, 수십 년 뒤 자녀의 상속 문제에서 결정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 연락 없이 양육비를 끊은 상대가 있다면 양육비 이행확보 절차를 밟아 두는 것 자체가 기록이 된다.

다. 청구를 당한 쪽이라면

상속권 상실을 청구당했다면 부양하지 못한 사정, 예컨대 상대방이 연락을 막았거나 경제적으로 불가능했던 사정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법원은 관계 전체를 보므로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 연락을 이어 가려 했던 문자나 편지, 형편이 될 때 보낸 송금 내역처럼 작은 기록도 의미가 있다.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도 고려 대상이므로 재산이 어떻게 모였는지에 대한 설명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5. 맺으며

상속은 가족 관계의 마지막 정산이다. 법은 이제 피를 나눴다는 사실만으로 권리를 주지 않고, 그 관계를 어떻게 지켜 왔는지를 묻는다. 다만 이 제도는 청구 기간이 짧고 증명의 부담이 있다. 이혼과 양육의 시간부터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훗날 자신과 자녀를 지키는 길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7.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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